국민 4명 중 1명 ‘개님·양님 집사’, 57%는 이웃과 갈등 겪어…공존 위한 사회 인프라 갖춰야

조회 : 33612 wlfkfak 2022.05.28

http://n.news.naver.com/article/353/0000042340 직장인 백모(52)씨는 최근 집 앞에서 고양이를 풀어놓고 기르는 이웃 주민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고양이 사진을 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백씨는 고양이를 마주치면 온몸이 굳고 식은땀을 흘릴 정도다. 그는 “목줄이나 울타리도 없는 고양이는 호랑이나 다름없이 느껴진다”며 “혹여나 매일 마주치는 이웃과 갈등으로 번질까 단호하게 내놓지 말라고 말도 못하고 피해 다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충남에 사는 김수영(56)씨는 지난해 “우리 개는 안 문다”던 앞집 주인의 말을 믿다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길을 지나가는데 흥분한 풍산개가 뛰쳐나와 사람을 물었다”며 “주인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반려견임에도 목줄, 입마개 착용을 하지 않았던 걸 보며 무책임한 반려인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김씨의 딸 허벅지에는 5㎝가량 흉터가 남아 반바지를 입지 못한다. 책임감 없으면 키우지 말아야 과거 마당에서 기르던 반려동물이 이제는 가족 구성원을 넘어 ‘주인님’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KB금융지주가 내놓은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30%인 1448만명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이들 중 88.9%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인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 보호나 권리는 전혀 논의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밭을 지키기 위해 개를 묶어두는 일이 당연시됐고, 식용으로 키우는 경우도 흔했다. 새로운 반려동물을 들일 땐 ‘입양’이 아닌 ‘구매’한다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반려동물이 문제행동을 보일 경우 유기하거나 도살 처분하는 것도 정당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과거에는 동물을 유기하면 ‘그럴 수도 있지’란 생각이 팽배했다”며 “최근에는 ‘자신 없으면 키우지 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고, 정부 차원에서 개 식용을 종식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온 걸 보면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30년간 3500만 명의 비반려인과 1500만 명의 반려인 간에 시각차가 현저하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비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사회의 구성원이긴 하지만, 사람보다 우선순위는 아니다. 학대나 유기는 명백한 범죄라는 것에 동의하나 반려동물로 인한 불편함 또한 처벌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백씨는 “음식을 먹는 식당 안까지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온다는 건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사람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선 사람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2021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반려인들의 펫티켓(펫+에티켓의 합성어) 준수 여부에 관해 묻자 반려가구의 79.5%는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비반려가구는 불과 28%만 이에 동의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대표는 “우리 사회는 동물에 대한 이해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상황”이라며 “동물을 자기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저 생명체 수준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학대를 자행할 정도로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이전까지는 반려인이 유난을 떤다는 정도로 치부했다면 최근에는 전반적인 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가족 그 이상의 의미다. 4년 전 사지가 마비되는 난치병 길랭-바레 증후군으로 투병하던 직장인 박연희(46)씨는 반려견 믿음이의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박씨는 “치료제 부작용으로 각종 합병증에 우울증까지 겪었지만 믿음이를 돌보고, 산책을 시키다 보니 잃었던 웃음을 되찾고 건강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는 대학생 이지혜(24)씨도 약을 먹는 불편함까지 감수할 정도로 반려견 꼼지를 아낀다. 이씨는 “오랜 시간 주부로 지내며 우울감을 내비치던 어머니가 꼼지를 만난 후부터 많이 밝아졌다”며 “반려견 덕분에 가족들 간 사이도 좋아져, 무뚝뚝한 가족들을 대신해 꼼지가 효도를 해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가 늘어날수록 비반려인들의 불만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56.9%가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분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소음(30.8%), 노상방뇨 및 배설물(10.7), 냄새(6.9%), 목줄·입마개 미착용(4.3%) 등으로 이웃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반려견이 내는 소음이 층간소음과 맞먹는다는 데서 ‘층견소음’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30대 정혜원씨는 “새벽마다 쉴 새 없이 짖는 개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어 이사 온 지 2개월 만에 다시 집을 알아보고 있다”며 “앞으로는 주변에 반려동물이 사는지 알아본 후 입주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현행법은 사람이 내는 소음에만 적용돼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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